왕촌어버이집 이영자 권사(80) 이야기
1979년 서울 염곡제일교회에서 만난 이영자 권사(왕촌어버이집)를 공주에서 만났다. 양지가 공주에 온 지 39년인데 그는 공주에 온지 45년이라고 한다. 물론 이미 알고 있었고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깊이 만나서 젊은 나이(30대)에 어떻게 서울에서 시골 공주에서도 왕촌 산골로 이사하여 노인들과 함께 살게 되었는지 평소 궁금한 것을 알아보았다.
이권사는 청주가 고향이고 서청주교회 이조영 장로 딸이었으니 모태 신앙인이다. 그리고 고 이규복 전도사와 결혼하여 두 아들을 두었으니 겉으로 보기에는 다복한 믿음의 가정을 이루었다. 그런데 결혼 초 삶이 허하고 젊은 나이에 원인 모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어린 아이들을 친척에게 맡긴 채 죽을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우울증의 마지막은 죽음 만이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질병이다. 실제로 죽으려고 제주가는 배를 타고 뛰어내릴 생각으로 부산까지 갔다.
다행히 친구와 엄기현 목사의 도움으로 미수에 그쳤다. 아니 죽은 셈 치고 살기로 마음 먹었다. 남편이 앙고라 모피 사업을 했는데 직접 뛰어들어 남편은 외무, 이권사는 내무행정으로 협력하여 잘 나갔었다. 그런데 원인 모를 열병이 나면서 허리가 너무 아파서 고통스러웠다. 마침 청주에서 친정 어머니가 올라와 가사를 도우며 공주 왕촌기도원 이규정 장로 초청 부흥회를 했는데 4촌 여동생이 은혜를 받고 방언을 하는 등 큰 은혜가 임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권사는 한양대병원에서 허리 수술 날짜를 잡은 상태인데 마음은 공주를 향하고 가방을 싸서 집을 나왔다. 공주터미널에서 왕촌가는 택시를 탔는데 3월인데도 눈길에 다 가지 못해 걸어서 왕촌 기도원에 도착했다. 기장 교회 신자로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집회 첫날부터 금식하며 앞 자리에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수술비용 명목의 물질도 미리 바쳤다. 그런데 둘째날 신기하게 허리통증이 사라졌다.
“만가지 은혜를 받았으니 내 평생 슬프나 즐거우나
이 몸을 온전히 주님께 바쳐서 주님만 위하여 늘 살겠네”(216장)
찬송이 나오면서 감사가 넘쳤다. 그후 매달 집회가 있을 때마다 서울에서 공주를 오갔다. 팔지니 귀중품도 바치고 싶어 드렸다. 은혜받으러 다니다가 점차 사명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원장 이규정 장로에게 양로원을 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양로원의 이미지는 부모를 버리는 곳이라고들 생각할 때이다. 땅을 사고 벽돌을 찍어서 집을 지었다.
이상한 일이다. 이제 아예 공주로 이사할 마음이 들었다. 장남 원일이 중1, 차남 정일이 초등 4학년 때이다. 강남 8학군 말죽거리에서 공주 시골 왕촌으로 이사를 하였다. 선생님이 잘못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하는데도 주님 부르심에는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때로부터 45년, 양로원 대표로, 지금은 나이가 80인데도 위생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다 하자면 한이 없다.
아이들도 하나님께 맡겼더니 잘 되었다. 장남은 대학 교수로, 차남은 현대자동차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곱게 익어가는 이권사는 세련된 도시인이다. 그런데 노인들과 함께 살며 궂은 일(빨래)을 하면서도 즐겁다고 한다. 교회와 주의 종들을 섬기는 모습도 아름답다. 마음 또한 긍정적이다. 우리에게 비싼 장어를 사주고 아내에게 금일봉까지 주면서 이건 헌금이나 목사에게 주는 것이 아니니 꼭 본인을 위해서 쓰라고 당부한다. 요양보호사로 고단한 삶이었지만 아코디언, 풍물도 하고 우리춤도 추며 즐거웠노라고 말한다. 아니 하나님께서 이끌어 준 삶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그의 삶을 요약하여 이미 고인이 된 전 총회장 강신정 목사가 써 준 글로 대신한다.
“님의 영전에
고단한 일손을 멈추고 풀잎 그늘에 누워 잠시 쉬고 있구려
님의 따스한 가슴은 외로운 어버이들의 포근한 보금자리였고
님의 분주했던 손발은 길 잃은 영혼들의 천국가는 지팡이었지!
그 갸륵한 삶의 향기, 저 천국과 온 누리에 기리기리 퍼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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