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용적률 버리고 두 교회가 지은 비움의 공간 'ㅅㄱ'
기장 송현샘교회·새벽교회, 인천 숭의동에 예배·문화 공간 공동 건축
마당 비워 이웃에 개방…'2026 인천시 건축상' 대상 수상
CBS노컷뉴스 정원희 기자 | 2026-10-09 19:02
핵심요약
▶ 십자가·간판 없는 건물 'ㅅㄱ', 인천 구도심 골목에 들어서▶ 기장 소속 두 민중교회가 함께 지어 예배·문화 공간으로 사용
▶ 허용 규모의 약 5.5%만 짓고 중정을 비워 이웃에 개방
▶ 이름은 두 교회 자음이자 성경 속 안식처 '숙곳'의 의미
▶ 경쟁 대신 비움을 택한 건축, 인천시 건축상 대상 선정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주택과 작은 상가, 고물상이 뒤섞인 오래된 골목에 겉으로는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건물 하나가 새로 들어섰다. 십자가도 간판도 없이 정면에 'ㅅㄱ'이라는 작은 표식만 붙어 있는 이곳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송현샘교회와 새벽교회가 함께 지은 예배·문화 공간이다.
◆ 같은 뿌리의 두 민중교회, 10년 넘는 준비 끝에 한 공간으로
두 교회는 1980년대 후반 각각 빈민선교와 노동선교로 출발한 민중교회라는 공통의 뿌리를 지녔다. 재개발로 자리를 옮겨야 했던 송현샘교회와 상가 건물을 옮겨 다니던 새벽교회는 사역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고, 10여 년간 만남을 이어가며 새 공간과 새 목회를 준비한 끝에 올해 초 이곳에 함께 자리를 잡았다.
◆ 허용 규모의 5.5%만 짓고, 남은 땅은 마당으로
일반상업지역인 이 부지는 법적으로 대지 면적의 열 배 가까이 건축할 수 있는 땅이었다. 그러나 두 교회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높은 건물 대신, 허용 용적률의 약 5.5% 수준에 불과한 낮고 작은 건물을 지었다. 남은 대지는 중정으로 비워 동네를 향해 열었고, 본당과 담장 사이에는 사람과 동물이 드나들 수 있는 틈을 두어 안팎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동네 풍경 속으로 들어가 지역과 만나겠다는 뜻을 건축에 담은 것이다.
송현샘교회 조정현 목사는 새벽에 일하러 오가는 이들, 고물상에 짐을 끌고 오가는 어르신들, 반려견과 산책하는 주민들이 부담 없이 들러 쉬어 가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편하게 '나 물 한 모금 줘요' 하는 교회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예배는 따로, 선교와 지역 섬김은 함께
두 교회는 각자의 역사와 정체성을 존중해 주일예배는 따로 드리지만, 선교와 지역 섬김 사역은 함께 맡는다. 열린 중정과 예배당에서는 음악회와 미술 전시회 등 문턱 낮은 문화 행사를 열어 주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히 공간을 나눠 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공유하며 공간을 함께 만들어 왔다는 점이 이 공간의 특징으로 꼽힌다.
◆ 'ㅅㄱ', 누구나 잠시 머무는 '숙곳'이 되기를
이 공간은 교회 건물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ㅅㄱ'이라는 이름도 그 지향을 담고 있다. 두 교회 이름과 '숭의동 교회문화공간'의 자음 첫 글자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처음 쉼을 누린 장소 '숙곳'을 뜻하기도 한다. 교인뿐 아니라 지친 이웃 누구나 잠시 멈춰 쉬어 갈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새벽교회 김지태 목사는 이 이름을 보는 사람마다 떠올리는 것이 곧 답이 될 수 있다며, 방문하는 이들이 올 때마다 "이곳이 왜 'ㅅㄱ'일까 다시 한 번 물어주시고 새로운 답을 얻어가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 '2026 인천시 건축상' 대상…구도심 속 작은 건축의 가능성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교회의 사유화를 경계하고 이웃과의 소통을 택한 두 교회의 결단은 '2026 인천시 건축상'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쇠퇴와 난개발을 겪는 구도심에서 민간의 작은 건축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를 보여 줬다는 평가다.
크게 짓고 많이 채우는 대신 필요한 만큼만 짓고 나머지를 비워 둔 공간. 오랫동안 지역 사람들과 함께해 온 두 민중교회는 그 빈자리에서 이웃을 만나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그려 가고 있다.
[영상기자: 정용현 / 영상편집: 이지원]
출처
CBS 노컷뉴스(크리스천 노컷뉴스) | 정원희 기자 | 2026-10-09
원문 보기: https://christian.nocutnews.co.kr/news/658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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