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제10차 부산총회 무엇을 남겼는가?
2014-02-15 23:23:53
김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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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호(총회회보 549호)에 실린 대담전문
특집좌담
WCC 제10차 부산총회, 무엇을 남겼는가?
사회: 김주한
참석: 박종화, 장상, 박경서, 강용규, 배태진
■김주한 :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제10차 부산총회가 지난 10월 30일(수)부터 11월 8일(금)까지 성황리에 개최 되었습니다. 금번 부산총회는 1961년 인도 뉴델리 총회 이후 42년 만에 열리는 아시아 대륙의 총회로서 여러모로 역사적인 의미와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부산총회를 준비하고 진행하셨던 분들을 모시고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모인 분들은 부산총회 유치단계에서부터 준비과정 및 진행 등을 실질적으로 도맡아 하셨습니다. 먼저 배태진 총무께서 부산총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및 소감을 말씀해 주시지요.
●배태진 : 저는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부산총회는 순교자들의 희생의 터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를 하나님께서 사랑하셔서 개최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제10차 WCC 총회를 어느 나라에서 개최할 것인지, 결정할 당시를 되돌아보면 우리교단 박종화 박사님께서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박종화 박사님은 오랫동안 WCC와 관계해 오시면서 국·내외적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의 산파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유치단계에서부터 진행하는 모든 과정에 중심 역할을 하셨습니다. 교단 총무로서 박종화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주제를 확정할 때도 박종화 박사님은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금번 총회 주제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인데 이것은 역대 기장총회의 단골 주제이자 또 김재준 목사님이 즐겨 사용하던 말이기도 합니다. 김재준 목사님은 교회가 지녀야 할 3대 가치로 ‘정의․ 평화․ 생명’을 휘호로 쓰시기도 하셨지요.
이번 부산총회에서 특별히 장상 박사님이 WCC 공동의장으로 아시아를 대표하여 만장일치로 선출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교회의 영광이고 기장교회의 자랑이자 아시아교회의 기쁨입니다. 장상 박사님이 의장으로 선출되기까지 박종화 박사님이 큰 힘을 보태주시고 박경서 박사님도 많은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장상 박사님께서 세계교회를 위해 크게 역할을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장상 박사님은 금번 총회에서 ‘한반도 선언문’이 채택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감당하였습니다. 본 선언문은 한국교계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 역사에서도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및 통일과 관련하여 본 선언문은 한국교회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하자고 제안하였고 또 세계교회와 연대하여 그 선언서를 작성했는데 본회의에서 별 이의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 장상 박사님을 비롯하여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 평화열차 프로그램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화열차는 오재식 선생님께서 제일 처음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는데, 평화열차도 별 무리 없이 잘 진행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교단 나핵집 목사님께서 평화열차의 책임자로 가셔서 많은 수고를 하셨습니다. 아쉬운 것은 평화열차가 북한을 통과하여 부산으로 오려는 당초 계획이 실행되지 못한 점입니다. 끝으로 부산총회를 앞두고 기장교단 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수고해주신 강용규 목사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금번 부산총회에 기장교단에서는 1,600여 명이 참여하여 총회를 위해 수고하셨고 또 WCC 총회의 성과를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게 되어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교단은 ‘마당’(Madang)에도 6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참여하였습니다. 국제적인 대회를 치르면서 기장교단이 여러 부문에서 큰 역할을 감당했다는 점에 감사를 드리고 더욱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김주한 : 금번 부산총회 유치단계에서부터 주제 선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이번 총회의 특징 중 하나는 주제와 관련된 것인데, 전통적으로 역대 총회 주제는 삼위일체 신앙의 틀 안에서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금번 총회는 특별한 이슈가 주제가 되고 신학 혹은 신앙적인 주제가 부제로 결정되었습니다. 부산총회 주제 선정 배경과 관련하여 박종화 박사님께서 설명해 주십시오.
●박종화 : 개최지 선정을 놓고 치열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부산은 막판까지 시리아와 팽팽히 맞섰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시리아로 선정되었다면 시리아 국내 정정불안 때문에 결국 시리아가 포기하고 한국에 ‘에스오에스’(SOS)를 보내 한국에서 받아주시오 했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총회가 결정되었는데 스와르토 혁명 때문에 케냐의 나이로비로 옮겨진 전례도 있습니다. 당시 나이로비 대통령이 직접 통치력을 발휘해서 총회가 무사히 개최될 수 있었지요. 하지만 갑자기 총회장소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한국 부산으로 개최지가 결정되기까지 WCC총회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 서로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던 거지요. 예를 들면, ‘WCC 총무는 유럽사람, 총회 장소는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 하지만 정교회 지역에서 개최하자’ 지금까지 정교회 지역에서 WCC 총회가 개최된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합의한 장소가 시리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투료를 해 보니 한국 부산이 11표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한국 부산에서 총회를 개최하지만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모든 교회들이 공동으로 함께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표심을 자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부산총회 주제와 관련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래 WCC 총회는 이슈 중심의 주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주제를 항구적으로 논의하는 구조입니다. 김주한 박사가 말한 대로 ‘삼위일체 신학의 틀’이지요. 부산총회도 주제만 부각되고 부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총회 부제는 ‘믿음, 소망, 사랑으로의 일치’입니다. 전통적인 총회 주제와 맥락이 닿아 있는 거지요. WCC가 지향하는 지속적인 주제입니다. 핵심은 ‘정의, 평화, 생명’이지만 부제 또한 중요한 ‘일치와 연합’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금번 부산대회는 최초로 이슈 중심의 주제가 선정된 총회입니다. 보통 WCC 총회 주제는 교회일치라는 방향에서 정해지지만 한국에서 개최된 금번 총회는 ‘한국적인 상황’이 반영된 주제, 또 아시아적 교회 상황이 고려된 주제로 확정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생명의 문제’는 한국적인 상황, ‘정의와 평화’는 아시아적 상황이 결합된 것이지요. 나 또한 이슈 중심의 주제는 한국에 맡기고, 부제는 WCC가 지향해 왔던 전통적인 교회일치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김주한 : 장상 박사님은 WCC 총회 의장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8년간 세계교회 및 아시아교회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의장으로 선출된 소감 한 말씀 해 주시고 금번 부산총회의 역사적 의의를 말해 주시지요.
●장상 : 소감은 신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목표했던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소임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이 일을 하라고 맡기셨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박종화 박사님, 박경서 박사님들을 멘토로 하여 제게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WCC의 역사가 65년 되었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공부하려 합니다. 의장단에 속해 있으니 방향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리라는 책임감으로 한국교회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염두 하겠지만 큰 틀에서 WCC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생각하고 일하려 합니다.
이번 부산총회를 뒤돌아 볼 때 총회 준비과정에서 많은 소란과 잡음이 있었습니다. 총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안팎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총회가 참 잘 됐다고 칭찬을 하니 겸허하게 듣고 있습니다. 우선 부산총회 주제가 담고 있는 역사적 의미는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였다고 봅니다. 제가 총회 메시지위원회에 들어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특히 주제에 대한 공감이 아주 컸습니다. 부산총회에서는 주먹을 불끈 쥐고 퇴장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번 총회에는 참여자들 모두 시대적 공감대가 매우 높았다고 봅니다. 그만큼 총회의 역량과 성숙도를 볼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김주한 : 금번 총회를 역대 총회와 비교해 보았을 때 규모와 시설 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박경서 박사님께서 말씀해 주실까요?
●박경서 : WCC는 제가 오래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총회가 개최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매번 눈 감고 코끼리 만지는 기분입니다. 그만큼 WCC가 표방하는 신학과 노선, 방향 등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본 WCC로 한정해서 말해 보자면 차기 총회 개최지를 선정하는 곳에 갔습니다. 그때 박종화 박사님이 설명하고 있는데 당시 분위기로 볼 때 한국에서 개최될 가능성은 희박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르자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고 유럽교회로 결정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창립총회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총회를 개최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아시아교회와 함께 한국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던 것이지요. 한국과 아시아교회가 함께 세계교회를 초청한다는 것이었지요. 결국 최종 투표에서 성령께서 도와주셔서 부산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금번 총회기간 동안 저도 열심히 참석했습니다만 참석자 모두가 한국 교회의 경이적인 발전에 놀랐습니다. 물론 외형적인 모습도 그렇지만 한국교회의 내면 그리고 한국의 고뇌를 직접 느끼고 체험한 것이 큰 감동을 주었을 겁니다. 그러한 반응들이 인도,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대표들 입에서 그대로 나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김주한 : 언론은 참석 인원을 일만 여명으로 보도하고 있던데요, 한국준비위원회가 파악한 금번 총회 참석 인원은 얼마인지요?
●박종화 : 아직 공식적인 참석인원 및 규모는 최종보고서에 보고 될 것입니다. 규모 면에서 한국 사람이 약 12,000명, 외국인이 약 2,500명으로 역대 총회 사상 최대입니다. 특히 외국인이 2천 5백여 명 참석했다는 것은 역대 최대입니다.
■김주한 : 강용규 목사님께서는 교단을 대표한 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셨습니다. 금번 총회를 준비하고 치르면서 느낀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강용규 : 우리 교단은 24개 노회가 하나가 되어 참석했습니다. 협력해 준 모든 노회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노회들이 열심히 참석하게 된 데에는 배태진 총무님과 천민희 부장이 수고했습니다. 우리 교단 모두 전국 각지에서 한마음이 되어 참석한 것이 참 기뻤습니다.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다른 교단은 지역별, 교회별 편차가 있었습니다. 기장준비위원회가 열심히 준비했고 준비한 만큼 성과가 나와서 무척 기쁩니다.
■김주한 : WCC 총회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예배와 기도회, 성경공부’가 특징으로 부각됩니다. 금번 총회의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말씀해 주실까요?
●박경서 : 제가 먼저 말해 보지요. WCC에 대한 오해 중의 하나가 ‘WCC가 추구하는 것이 인본주의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서양 역사가 기독교의 역사이고 기독교는 서양의 역사를 별도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의 정신이 유엔의 역사이고, 적십자의 정신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인간의 모든 삶 자체가 기독교의 신앙고백에서 오는 것이지요. WCC의 신앙고백은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신앙고백 외에 다름 아닙니다. WCC 총회의 모든 순서는 복음적이고요, 신앙고백으로 그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쉽습니다.
●박종화 : ‘성경공부’와 관련하여 말해보자면 성경공부는 공교회적 예배의 연속이고 그것에서 힘을 얻어 정의, 평화와 같은 이슈들을 다룹니다. 그렇다고 WCC 총회는 어느 유명한 개인이 와서 성경공부를 주도하지 않습니다. 성경공부는 WCC 자체가 공동체적인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는 방향에서 진행됩니다. 또한 성경을 통한 나눔과 깨달음을 총회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배태진 : 성경공부에 참여했는데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성경공부마다 메시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쉽고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하였습니다. 인도자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핵심 되는 질문만 던지고 참석자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세계의 모든 문제가 다 제기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결국 총회 주제로 귀착되더군요. 기장 교회도 그런 성경공부 방법을 깊이 연구해서 복음과 상황을 서로 결합시켜 우리 스스로 해야 할 메시지를 도출하고 실행하는 방식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장상 : 부산총회 중에 진행되었던 예배와 성경공부는 참 중요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성경공부 과정은 신학자의 한 사람으로 볼 때 답답한 방식이었습니다. 제가 답답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그만큼 우리는 성경공부 할 때 인도자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결론까지 도출해내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인도자와 참여자가 끝없이 서로 토론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 소모적이 아닌가하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러나 WCC 총회의 성경공부는 참여자의 경험으로부터 메시지를 끌어내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교수로서 볼 때 답답하지만 결국에는 참여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기가 막힌 과정이 있었습니다. 평신도들이 자기 경험을 통해서 복음을 텍스트화 하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WCC 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매우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을 소화해내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녁기도회까지 끝내고 나면 거의 9시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아침기도회를 가보면 사람들이 가득했고 매우 경건하면서도 진정으로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우리가 제일 열심히 믿고 경건하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의 참여자들도 그에 못지않게 열정적이고 경건했습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 겸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용규 : 개회예배 설교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설교자가 아르메니안 정교회 주교였지요? 정교회의 주교의 외침은 마치 광야에서 주님의 사도가 부르짖는 것처럼 감동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WCC를 반대한 사람들의 비판을 일거에 잠재우는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설교자 그분은 매우 정통주의적이고 보수적인 분이었지만 분명한 어조로 주제와 관련한 확실한 말씀을 하셨지요. WCC가 ‘자유주의다’ 하는 비판을 개회예배 때 설교자의 설교를 통해서 WCC는 분명히 바른 신학을 위해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주한 : 에큐메니칼 좌담회는 모두 21개의 분과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이 좌담회야 말로 WCC 회원교단의 밑바닥 정서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이번 좌담회는 ‘교회일치, 정의평화선교, 교육과 영성, 여성, 봉사’ 이렇게 여섯 개의 분야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결과를 검토해 보았더니 이번 좌담회에 집중적으로 부각된 이슈가 역시 ‘정의평화’ 문제였고 앞으로 이런 문제가 WCC가 역점을 두는 사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좌담회의 세부적인 평가를 말씀해 주시지요.
●박경서 : 세계 난민문제라든지 환경문제 전체가 하나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실 때 하나님의 뜻이 반영된 것이지요. 그것이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존’의 의미입니다. 또한 그 문제가 그대로 1945년 유엔에 반영되었고, ILO(국제노동기구), 적십자, 바티칸 등 전 세계국제기구가 추구하는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WCC가 지난 65년 동안 계속해서 추구해온 신앙고백입니다. 그것을 에큐메니칼 좌담 21개를 통해 구현하려는 것이지요. ‘한반도의 정의평화’ 문제는 준비를 참 잘했는데 아쉬운 것은 WCC가 나흘 동안 12명을 초청해서 좌담을 했지만 주제 집중이 부족했고, 소통이 부족한 점입니다. 한반도 평화문제를 다루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물어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배태진 :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선언서의 여러 내용을 북한 측 대표가 없는 자리에서 다루면 ‘조그련’의 입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평화와 화해에 집중하고 인권은 이후에 다루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지요.
●박경서 : 유엔은 지난 3월 3일 전 세계 회원국들 모두 예외 없이 만장일치로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유엔이 했기 때문에 교회가 하자는 것은 아니고 북한 인권문제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은 말할 수 없지만 식량 문제부터 인간의 존엄성에 이르기까지 등 북한 인권에 접근하는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것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김주한 :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언문’에 북한 인권문제가 없고 침묵했다는 복음주의 진영의 신학적인 비판도 있습니다.
●장상 : 문서를 읽어보니 그 점에 대해 약간 아쉬움이 있습니다.
■김주한 : WCC는 총회원의 총의를 모아 공식문서를 채택하고 발표합니다. WCC 총회는 어떤 문제든 논의와 토론을 하지요. 그러나 논의가 되었다고 곧바로 WCC의 공식 입장은 아닙니다. 박종화 박사님께서 WCC의 공식문서가 채택되는 과정, 신학 선언의 과정, 또 특히 이번 총회에서 30여 년 만에 채택된 새로운 선교 선언문, “함께 생명을 항하여-변화하는 지형 속 선교와 전도”(Together Towards Life: Mission and Evangelism in Changing Landscape)의 역사적 의의 등을 설명해 주시지요.
●박종화 : 선교선언문 채택이 금번 총회의 최대의 하이라이트였다고 봅니다. 1982년에 채택된 선교선언문은 채택할 당시 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칼 진영의 일치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이 둘을 합해서 선교의 전 복음을 전교회, 전 인류로 확장하자는 것이었습니다. 1974년 로잔대회에서 복음주의 진영이 사회구원을 소홀히 한 것을 사과하자, 1975년 나이로비 대회에서 에큐메니칼 진영은 사회선교만 하다가 개인구원을 소홀히 했다고 사과했습니다. 부산총회 선교선언문은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진영을 단순히 합치자는 것이 아니라 공통분모를 갖자는 것인데 그 공통분모가 ‘개인의 생명과 세계의 생명’ 즉 전체 생명이 바로 그것입니다. 선교는 온 생명을 향한 것이라는 말이지요. 생명이 없는 선교는 더 이상 선교가 아닙니다. 개인과 온 우주의 생명 중심으로 선교의 틀을 다시 짜자는 선언이지요. 더 이상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지 말고 수렴하자는 것입니다.
이번 부산총회는 WCC의 문서 채택과정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투표 없이 의견을 물어 85% 이상 찬성 시 토론을 통해 찬성으로 유도합니다. 그래도 반대가 있을 시 회의록에 반대의견을 남깁니다. 반대자들도 의견은 다르지만 동의하겠다는 뜻이지요. 이 과정이 의회민주주의보다 낫습니다. 이번에도 드러났는데 한국교회가 도입하면 좋겠습니다. 시간은 걸리지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과정은 정교회 모델에서 시작한 것이어서 개신교가 도입하기 어려웠지만 WCC가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양성이 감소되는 단점이 있지만 오해를 없애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배태진 : 우리로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언문’이 최대의 성과입니다. 만장일치로 다루어졌는데 88선언 이후에 이번 선언이 한반도를 위한 최고의 선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용에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것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선언문을 한국 정부에도 보내야 하고 그 의미와 정신을 우리 한국교회나 세계교회에 알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상 :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총회원 모두가 진정성을 가지고 고백했고 고뇌했습니다. 이 선언문은 그래서 이번 총회의 상당한 수확이요 성과였습니다. 또 부산총회 참석한 모두가 한반도를 위한 신앙적인 희망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단의 현장에서 개최한 총회였기에 한반도의 고뇌에 진정성을 갖고 동참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와서 분단과 평화, 화해를 자기들의 문제로 받아들였습니다.
■김주한 : 이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언문’이 발표된 이후 WCC는 무슨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까?
●박경서 : 지금까지 WCC는 도잔소 회의 30주년 때 과거를 회상하는 식의 모임을 하자고 했는데 저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자는 의미에서 반대했습니다. 하나님 창조질서의 마지막 남은 악이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것이 우리의 신앙고백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주장했지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복원하느냐가 우리의 과제입니다. 1970년 말 시작해서 1980년에 절정을 이루고 그래서 400년 동안 이어진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물리친 역할을 한 것이 WCC였습니다. 당시 WCC에 속한 모든 선진국들은 자국의 은행이 남아공으로 송금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성공한 것입니다. 더불어 넬슨 만델라가 노벨평화상을 타게 되었고 대통령까지 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WCC의 노력이 있었던 거지요. 저는 그런 식의 각오로 WCC가 노력한다면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김주한 : 부산총회 이후 한국 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박종화 : 공식적으로 WCC와 함께 WEA(세계복음주의연맹), 로잔위원회, 로마가톨릭까지 모두 동의해서 선교선언문을 채택해 준 것이 큰 성과입니다. 이 선언문은 한국사회에서 비판이 많다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일거에 해명되는 사안입니다. 문제는 한국 개 교회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할지가 남은 과제입니다. 우선 한국에서 개최된 WCC를 비롯한 에큐메니칼 운동이 일부 교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체 교회가 참여할 운동이기 때문에 개 교회까지 풀뿌리처럼 참여하도록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가 한국에 와서 보고 관심을 표명하기까지는 했습니다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지금 한국 교회의 일꾼이 부족한 것이 맞닥뜨린 문제입니다. 세계화된 한국교회의 일꾼을 길러내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일꾼을 많이 키워야 합니다. 영역별로 전문 인력을 많이 양성하는 것에 투자해야 합니다. 교회정치보다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공헌할 평신도를 양성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것이 안 되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총회의 문서는 미리 만들어서 총회 때 보고하고 동의하면서 엄청난 분량의 책자로 출판되어 왔습니다. 그 전통을 이어서 전문적인 보고서를 만들고 살아있는 스토리텔링, 살아있는 문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목회 현장까지도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박경서 : 금번 부산총회에서 기장교회는 매우 훌륭한 역할을 했습니다. ‘기장성’이란 근본적으로 WCC 신앙과 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번 부산총회에서도 기장에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다 나왔습니다. 기장이 앞장서서 평화열차를 달렸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제안했습니다. 이제 더 나아가 전 세계 교회를 등에 업고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한반도의 정의, 평화, 생명의 문제는 전 세계 교회와 연대할 때 물꼬가 터집니다.
●장상 : 총회 회의 중에 한국이 너무 많이 언급되어서 살짝 미안하다고 했더니 스텝들이 괜찮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울라프 총무는 한국의 상황과 문제를 더 강조하라고 했습니다.
■김주한 : 앞으로 우리 교단의 에큐메니칼 리더십 개발 등과 관련한 교단적인 차원의 노력과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강용규 : 작년에 24개 노회에서 10명씩 거의 240명이 한 장소에 모여 WCC에 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내년에 같은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총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사항들에 관해 다시 전 교단적인 차원에서 노회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함께 나누고 의견을 주고받도록 할 계획입니다. WCC가 소수 일부에 속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교단 전체를 통해 공유되고 특히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나누도록 인재를 발굴하는 일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배태진 : 총회를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정신을 살리고 살아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션21’ 회의에 참석했는데 WCC의 결과물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WCC의 성경공부라든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 정신과 핵심을 우리 교단이 소화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총회교육원, 목회와신학연구소, 영성수련원 등 총회 산하기관과 각 신도회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특별히 제7문서를 만들려고 하는데 변화한 주변 환경에서 WCC의 정신을 반영하여 우리가 나아갈 지표를 확립하고자 합니다.
■김주한 : 앞으로 한국교회는 에큐메니칼 네트워크 구축과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방안이 있으면 장상 박사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장상 : 저는 한국을 대표하는 것만이 아니라 아시아 31개국 교회의 상징이며 나아가 전 세계 365개 교회의 상징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국 교회 전반에서 리더를 키워야 합니다. 사람이 역사를 만듭니다. 이번 부산총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은 WCC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회원교단, 개교회의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시아 교회의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겠지만 한국에서 회원 교단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경서 : 에큐메니칼 운동에 평신도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기장의 숙제입니다. 평신도는 여성과 젊은이를 포함하는 것이고 기장이 모범 답안을 만들면 다른 한국 교회가 따라 할 것으로 봅니다. 동시에 기장은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껴안는 선교 전략이 필요합니다. 기장이 보수교단까지 껴안기를 바랍니다.
●강용규 : WCC 총회가 평신도들에게 많이 확산되었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봅니다. 재차 반복하지만 현재의 에큐메니칼 세대의 뒤를 이을 제2, 제3의 에큐메니칼 세대를 양성하는 일에 교단적인 차원에서 집중해야겠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배태진 : 여기 계신 분들의 공헌과 노하우가 참 소중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경험을 접목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또 WCC를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그 정신을 우리 교단에 심고 거두는 일이야말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장성과 WCC 정신을 접맥하여 화육시키는 역할을 잘 감당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주한 : 아무쪼록 금번 WCC 총회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쇄신하고 개혁하여 세계교회가 축적해 온 합리성과 보편성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기장교단도 더욱 분발하여 힘찬 도약과 전진을 해 나가길 기원합니다. 장시간 대담하느라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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