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솔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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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루스커스
2025-12-12 09:49:19
신솔문
조회수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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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수요저녁기도회 말씀새김에서

본의 아니게

이 식물을 억울하게 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2.

 

발단은 월요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거실을 환기하다가

TV 옆에 수경재배되는 식물들을 보게 됩니다.

자세히 보니

물을 담지 않은 화병에 꽂혀 있는 인조화(人造花)도 보였습니다.

이것을 비닐에 담아 보관 모드로 해놓고

그 옆을 보니

방금 치운 인조화와 비슷하게 생긴 것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화병에 물이 있더군요.

하지만 가지 끝부분에 잔뿌리가 없고

플라스틱 단면처럼 보였습니다.

 

저녁에 아내에게

인조화를 물에 담그는 실수를 하고 있다고 했더니

이름은 모르지만

생화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분명히 인조화이며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지요.

 

수요일 오전에 저녁에 전할 신앙교훈을 준비하다가

문득 이 인조화가 생각났습니다.

신앙 교훈의 일부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에 주의하자였기 때문입니다. 이 인조화는 진짜로 보이기 위해 잎에 약간 마른 흔적까지 제작해 놓았으니, 진짜같은 가짜의 사례로 딱이었지요.

 

설교에서 언급해야 하니

인조화라는 증거가 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전격적으로 잎을 하나 떼어서

마당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여 봅니다.

플라스틱이니 불이 잘 붙고 검은 연기가 나고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나겠지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불이 잘 안 붙었습니다.

플라스틱 타는 냄새도 전혀 안 났고요.

 

생화일 가능성이 커졌지만

저는 철회하지 않습니다.

이런 보완가설을 생각하지요.

요즘은 플라스틱을 이렇게 만들어내는군!’

 

이제 더 공격적으로 됩니다.

사택으로 들어와

다른 수경재배 식물과 비교하면서 생화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습니다.

다른 것들은 줄기 끝에서 새로운 잎이 나오는데

이것에는 그런 흔적이 없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뿌리에도 잔뿌리가 없고요.

생활반응이 없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인조화라는 결론을 내리고

설교 원고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3.

 

기도회가 끝나고 사택에 들어오니

아내가 이 식물에 씌운 누명을 벗겨내는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식물인지 알려주는 곳에 문의하여

이름을 알아낸 것입니다.

 

바로 루스커스(Ruscus)”였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보니

제가 인조화 증거라고 여긴 특성을 가지고 있는 식물이었습니다.

수경재배할 때 뿌리나 새로운 잎이 나오지 않고

인조화처럼 잎이 시들지 않고 오랫동안 청청함을 유지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잎처럼 보이는 부분이 잎이 아니고 줄기라고 하네요.

이럴 수가.

몇 달 전에는 양파의 둥근 부분이 뿌리가 아니라 잎이라고 해서

약간 충격을 받았었는데요.

 

아직도 제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고요.

 

루스커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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