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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회의규칙] 노회는 연합회가 아니다
2026-04-29 11:03:02
신솔문
조회수   55

1.

 

그제 아침에 합동 교단 장로님인 친구가 전화를 해서 긴 통화를 했습니다. 다른 친구가 다니는 교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 위한 대화였습니다. 장로 교회 교인으로서 친구와 제가 느끼는 감정은 막막함이었습니다. 교단에 헌법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장로교 교단의 노회에 해당하는 기구가 있는데 연합회성격이어서 교회에서 중재를 부탁해도 그 교회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라는군요.

 

우리 인간들은 익숙한 것의 가치를 잘 모릅니다. 오히려 안 좋은 점만 기억하지요. 장로회 교단의 정체(政體)에 대한, 장로 교회 교인들의 태도도 이와 비슷합니다. 소중한 것이 없어지고 나서야 그 가치를 새삼 절감하게 되지요.

 

장로회 교단 의사결정 시스템의 가치를 깨닫는 다른 방법은 다른 시스템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2.

 

플라톤의 철인정치제도들어보셨는지요. 말이 철인(哲人)’이지 어릴 때부터 십수 년간 정치지도자 훈련을 엄격하게 받고 부정부패를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독신으로 활동하는 정치인입니다. 이런 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공감이 가나 실천적으로는 심각한 결함이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이런 자격을 갖춘 자를 찾기 힘들고 설령 찾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람이 독점하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순간부터 인간의 뇌가 권력에 중독되기 때문에 십중팔구 독재자의 길을 걷습니다(심리학의 연구 결과입니다).

 

이런 고질적 문제 때문에 사람들은 중요한 의사 결정권을 소수에게 주지 않고 구성원 전체가 갖는 시스템, 즉 민주주의를 선호하지요. 그러나 만사가 그렇듯이 이 제도에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중우(衆愚)정치입니다. 우리도 종종 평등선거(11)에 회의가 들 때가 있잖아요.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과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똑같이 1표라니! 완벽한 지도자로 키워진 철인도 오작동하기 쉬운데, 생각 없이 살아가는 개개인은 말할 것이 없지요(플라톤의 철인정치 아이디어는 중우정치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한 이런 식의 고민과, 성경 속 제도와 기독교 전통을 심사숙고해서 만들어진 교회 조직이 우리 장로회 제도입니다. 이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펴낸 <헌법해설서>에 있습니다(일부 장로교단에서는 이 표의 내용이 간단하게 헌법에 들어가 있습니다).

 

교단들의정치체제.jpg

 

 

 

 

만약 당신이 교회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어 주시오라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어떤 시스템을 중심으로 하시겠습니까?

 

양극단이 보이는 경우 양극단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리는 접근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장로회 의사결정 시스템입니다.

 

여러 가지 부작용과 폐단이 나타나지만, 저는 장로회 교단의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로 교인의 정체성(identity)을 형성하는데 이 점에 대한 인정도 필요합니다.

 

 

3.

 

(1) 장로회 교단의 의사결정 시스템의 특징을 임희국 교수님(장신대 교회사)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① 대의주의는 투표로 선출된 직원에 의해 교회가 운영된다는 뜻이다. 교인이 항존직 직원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는 점은 변경될 수 없는 장로교 정치 원리이다. 위임목사를 선출할 때 공동의회가 선거하는 것, 또 장로와 안수집사가 세례교인의 선거로 선출되는 것이 이 원리에 근거한다. 또한 하급 회의가 상급 회의로 파송하는 총대를 선거로 선출하는 것도 대의주의 원리를 표현한다.

 

② 집단 지도주의는 교회가 목사나 장로 혹은 어느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치리회의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운영되는 원리이다. 이는 집단적인 결정이 오류를 범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어느 한 개인이나 소수가 결정하는 것보다 위험이 적다는 생각이 반영되었다. 집단 지도체제는 장로 동등의 원리(parity), 다시 말하면 목사와 치리장로의 동등의 원리로 연결될 수 있다. 이것은 노회가 임직한 목사와 개 교회 교인 대표인 치리장로가 함께 치리회를 조직하도록 한 규정과 관련된다. 치리회는 목사와 장로가 모두 있어야 조직이 구성되고 또 목사와 장로가 모두 출석해야 성수가 된다.

 

③ 입헌주의는 장로교회가 헌법에 따라 다스려진다는 원리이다. 1922년 한국 장로교회가 제정한 헌법은 웨스트민스터 표준에 따라 신앙고백서(신경, 소요리문답 등)와 규례서(예배모범, 권징조례, 정치 등)가 모두 갖춰진 최초의 교회헌법이었다. 신앙고백서는 교인에게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믿으며,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를 선포한다. 성경 안에 계시된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의 가장 권위적인 표준이 되지만, 신앙고백서는 간결한 형태로 성경의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다. 장로교회는 신경과 요리문답을 포함한 신앙고백서를 가지는 것이 성경의 권위를 약화시킨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 신앙고백서가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는 기준을 제공한다고 본다. 신앙고백서가 교회의 믿음을 가르친다면, 규례서는 교회 정치와 예배와 권징의 원리와 내용을 제시한다. 1922년 헌법의 규례서는 교회정치, 예배모범, 권징조례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이렇게 헌법에 규정된 대로 정치와 예배와 권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장로교회의 확신이다.

 

입헌주의는 대의주의와 직접 연결되는데, 회중에 의해 선출되어 권한을 위임받은 교회 직원은 헌법에서 규정된 범위 안에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으로 장로교의 규례서는 목사, 장로, 집사의 권한과 직무, 당회, 노회, 총회와 같은 치리회의 권한과 직무를 상세하게 규정했다.

 

④ 관계주의는 교회가 하나라는 성경적 원리에 기초해 있다. 장로교회는 온 세상 모든 기독교인이 한 분 주님, 하나의 믿음, 하나의 세례, 한 분 하나님을 고백하고 있으며(4:5-6) 또 그리스도의 몸을 이룬다(고전 12)고 믿는다. 따라서 홀로 고립된 장로교회는 존재할 수가 없다. 온 세계의 장로교회는 마치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관계주의는 당회, 노회, 총회로 이루어지는 치리회 조직에서 가장 잘 나타나 있다. 치리회는 유아독존적인 회가 아니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각 치리회의 권한과 직무는 헌법에 규정돼있다. 치리회는 또한 법(규칙)에 근거하여 대표를 세워서 모든 일을 처리한다. 당회가 지교회를 다스리고, 노회는 그 지역의 교회와 교역자를 다스리며, 총회는 교단 소속 모든 지역 노회/교회의 공통 관심사에 대한 관할권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관계주의를 바탕으로, 모든 치리회는 총대를 선출하여 상급회의에 참여하는데, 당회는 노회에 참여할 치리장로를 선출하고, 노회는 총회에 참여할 총대를 선출한다. 또한 상급 치리회는 하급 치리회를 감독할 권한과 의무를 지니고 있다.

 

(2) 장로회 정치제도가 교황독재제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니 양극단에 감독중심제와 회중중심제 있습니다. 공동의회 등과 같은 기구에서 행사하는 투표권으로 회중의 권리를 인정하되, 감독과 같은 성직자가 아닌, 치리회를 통해 회중을 지도한다는 점에서 장로회 정치가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임교수님의 설명에서 참신하게 다가오는 용어는 집단 지도주의입니다. 개 교회에서는 교인 대표인 장로를 선출하고 노회에서는 성직자를 개 교회에 파송합니다. 교인 대표인 장로님들과 노회에서 파송한 목사님이 당회”(예배당 회의)라는 치리회를 구성하여 교인(회중)들을 지도하는 것입니다. 당회가 지도하니 집단 지도체제이지요. 당회의 지도를 받는, 개 교회는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 바로 노회입니다. 목사님들은 원래 노회 회원이고, 신도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개 교회에서는 교인 대표를 노회에 보냅니다. 이런 장로님들을 총대장로라고 합니다. 총대장로와 목사총대가 함께 노회라는 치리회를 구성하고 이렇게 개 교회 대표들로 이루어진 노회는 회의를 통해 개 교회를 지도합니다.

 

노회가 개 교회를 지도한다는 점에서 장로회 교단에서는 개 교회() 교회라고 합니다. “()”가 개별성을 강조한다면 (/)”는 줄기와 가지 비유를 배경으로 합니다. 줄기에 가지가 필요하고 가지는 줄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요.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노회가 연합회 성격을 넘어서는 이유입니다. “해산!”하면 모래알처럼 흩어질 수 있는 각 지역의 연합회가 아닙니다.

 

(3) 장로회 정치제도의 특징 중의 하나가 집단지도체제라는 점은 우리에게 뜻밖의 사실 하나를 알려줍니다. 집단지도체제에서 의사결정은 회의를 통해야 하니까요.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반대편의 입장을 서로 이해하면서 효과적으로 중의(衆意)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회의규칙에 대한 회원들의 숙달이 방법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동안 우리들은 이점을 간과했어요, 저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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