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읽는 지혜- 리좀
산이나 계곡을 오르다가 바위에 붙은 이끼를 쉽게 발견한다. 이끼는 습이 있는 곳에 바위나 나무등에 붙어 사는 식물의 일종이다. 좁은 한 구역에 살기도 하지만 바위전체를 덮기도 한다. 식물이지만 나무와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나무는 높이와 크기에 따라 나이와 처음 뿌리내린 곳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끼는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알 수가 없다. 시작과 끝이 따로 없다. 단지 환경에 따라 존재한다.
어느 쪽이 먼저 생겨서 정착했는지 알 수 없다. 아니 중요하지 않다. 먼저된 자와 나중된 자는 이끼에게 특별한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 이끼는 연결을 중요시 여긴다.
이때 흐르는 물길은 이끼끼리 만나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밭에 가장 골칫거리는 대나무다. 그 뿌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게 땅속을 이리저리 뻗어가며 죽순을 올린다. 마디마다 싹을 올려 시작의 싹이 되기도 하고 마지막이 되기도 한다. 보통 식물은 생장점을 잘라내면 죽는다. 하지만 대나무는 한가지를 죽였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고 연결되어 있어 한뿌리가 죽어도 산다. 그래서 포크레인으로 밭의 대나무 전체를 드러내 없애야 완벽하게 제거가 가능하다.
중심이나 시작이 따로 없는 것을 철학에서 리좀(rhizome)이라고 한단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힘이 리좀의 내용이다. 인구감소로 지역교회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회마다의 생명력이 약해지고 있지만 그것을 견딜 수 있는 힘은 연결이다. 총회, 노회, 당회로 이뤄지는 수직 구조의 정책이 살리지 못한다. 교회의 지역성이 각각의 생명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연결되었을 때 리좀의 힘을 발휘한다.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 지역교회간의 연결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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